소주 병뚜껑

 

'은혜'를 통해서 접하는 초등학교 1학년의 학습 준비물에는 우리 상상을 초월 하는 것들이 많았다

그 준비물을 위해서 집안에는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서랍이나 상자마다

단추, , 철사, 이쑤시개, 나무젓가락, , 바둑알, 자석, 쇳가루, 옷 핀 등

열거 할 수 없을 정도로 수 많은 것들을 준비하고 있어야 했다.

 

잠자리에 들기 직전 다음날 가방에 준비물을 챙겨넣던 은혜가 소리쳤다

"참 엄마!   나,  병 뚜껑!

하지만 병 뚜껑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은혜를 안심시켜 잠들게 한 후 여기저기를 뒤적였다.

그 날 따라 쓰레기통에도, 분리 수거함에도 없고 가게 문도 닫혀있을 시간이엇다

그 때 냉장고 속 오래 전부터 자리 잡고있던 소주 병이 보였고  그 병 뚜껑이 우리를 안심케 했다

아침 일찍 출근길에 그 병 뚜껑을 아침 식사 중에 은혜가 잘 볼 수 있도록 식탁 위에 놓고 나는 출근했다.

 

그러나 퇴근 후,

식탁 위에 내 뒹그러진 병뚜껑이 보였고,

그 병뚜껑 위에 낼름 앉아있는 두꺼비 그림이 단번에 소주 병뚜껑임을  알 수 있었다.

그 병뚜껑은 어제 밤 온 집을 뒤져 찾았던 기억과 함께 서운함 마저 들었다.

 

은혜야 이거 안가지고 갔었니?

안가지고 갔어요!  은혜의 대답이 퉁명스럽다.

? 선생님한테 혼났겠네

차라리 선생님께 혼 나는 게 나아요.  우리집이 모두 예수님 믿는 것 아는데 어떻게 술 병뚜껑을 가지고가요?

 

   * * *

 

함께 있어 서로를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이 있고,

전혀 어울릴 수 없는 것이 함께 있음으로 그 빛나던 것을 가리는 것이 있을 진데.

 

우리의 마음속엔 무엇이 어울릴까 생각해본다.

 

 (19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