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렌시아(Querencia)

 

스페인 마드리드 출장 중에 지냈던 NH Ventas’호텔은 Las Ventas 투우장에서 가까운 곳 이었다

지하철을 이용할 때마다 20세기초에 지어진 듯한 이슬람 양식의 투우장 외벽을 지나쳤고

외벽의 장식과 조각들도 눈 여겨 볼 수 있었다.

Las Ventas는 약2 5천명이 입장하는 스페인 최대의 투우장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관중석을 제외한 경기장은 직경 60m 정도 되는 다져진 흙 바닥이었다.

 A193_퀘렌시아 (1).jpg

A193_퀘렌시아 (2).jpg

경기는 나팔소리와 함께 투우사를 소개하는 행진으로 시작된다.

투우경기의 이미지는 흔들거리는 붉은 천을 향해 돌진해 오는 소와

곳곳 하게 선채 허리를 눕혀 소를 피하는 화려한 복장의 투우사 그림만 떠오른다.

하지만 실제 투우경기에는 여러 명의 투우사가 함께 등장한다.

투우사(Torero)는 최후 일격을 가하는 수석 투우사 '마타도르(Matador)'를 팀장으로  

 70Cm 작살을 쓰는 투우사 ‘반데리예로(Banderillero) 3,

말을 타고 긴 창을 쓰는 투우사‘피카도르(Picador) 2,

조수격인 ‘페네오(Peneo)견습생 격인 ‘노비예로(Novillero)’ 이렇게 여러 명이 한 팀을 이루어 행진한다.

 

투우사들의 행진 후에 

황소에 대한 정보가 적힌 피켓을 통해 500kg 이 훨씬 넘는 그날의 싸움 소가 소개된다.

그리고 24시간 암흑 속에 가둬진 황소가 경기장 안으로 등장한다.

소는 사람들의 환호성과 나팔소리들

그리고 갑자기 트윈 공간에서 눈을 부라며 거친 숨소리와 함께 경기장 여기저기로 날뛴다.

 

그리고 1막이 시작된다.

‘노비예로’가 한 면은 분홍색이고 다른 면은 노랑색으로 되어있는 '카포테(Capote)'라고 불리는 망토를 흔들어 소를 유인하고,

말을 탄 ‘피카도르’는 창으로 소를 찔러 소의 성질을 파악한다.

 

2막에서는

화려한 복장의 ‘반데리예로(banderillero)’가 장식이 달린 작살 ‘반데리라(banderilla)’로 소의 목덜미를 찔러 흥분시키고

‘카포테’를 흔들어 화난 소를 이리 저리 내 달리게 하여 체력을 소모시킨다.

 

그리고 마지막

마타도르(Matador)가 등장해 소와 대결을 펼친다.

소의 정면에 서서 붉은 천 '물레타(Muleta)'를 흔들면서 돌진하는 소를 피해가며 체력을 소모시키고

마지막으로 소의 숨통을 끊으면 경기가 끝난다.

물레타 뒤에 감추어진 최후의 일격을 가하는 칼 그 것을 예스파다(Espada)라고 한다.

 

이런 투우 경기 중에 나오는 생소한 용어 중에는 ‘퀘렌시아(Querencia)’라는 용어도 있다.

‘안식처’, ‘피난처’, ‘회복의 장소’, ‘귀소본능을 자극하는 곳’

‘류시화’씨의 글 중에는

‘소만 아는 그 자리산양이 두려움 없이 풀을 뜯는 비밀 장소독수리가 마음 놓고 둥지 트는 장소’라고 표현했다.

황소는 경기장을 뛰며 자신 만의 한 장소를 정하고 그 곳을 ‘퀘렌시아’로 삼는다고 한다,

다른 사람이 알 만한 아무런 표시도 없다.

다만 소 자신만 알고 있는 곳이다.

 

소는 지친 몸을 그곳으로 피해 다시 힘을 모은다.

관중 들은 알 수 없고 미리 정해지지도 않은 그 ,

하지만 투우사는 소의 움직임을 보고 소가 자신의 '퀘렌시아'로 가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마타도르’와 마주치기 전 소는 어쩌면 ‘퀘렌시아’에서 온 힘을 모을 것이다,

마침내 서로의 죽음 걸고 마주쳐야 한다.

 A193_퀘렌시아 (3).jpg

퀘렌시아에서 힘을 모은 황소를 대상으로 

최후의 일격은 황소의 견갑골 사이 5Cm 틈새를 통해 예스파다라 불리는 칼을 단숨에 심장까지 닿도록 찔러야 한다.

단숨에 찌르지 못하면 더욱 흥분한 소에 목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케팅분야에서 MOT’라고 쓰는 ‘피할 수 없는 순간 Moment of truth’는 투우 용어였다.

그 순간들을 맞닥뜨려야 하는 일 때문인지

마타도르의 주급은 레알 마드리드 최고의 선수보다도 높은 45만 유로 정도라고 하니 그 금액은 그 순간을 대해야 하는 대가일 것이다.

 

승리한 마타도르에게는 죽은 황소의 귀와 꼬리를 포상으로 준다.

죽은 소의 뿔은 밧줄에 묶여 3마리의 말이 경기장 밖으로 끌어간다.

 

'퀘렌시아'

우리에게도 퀘렌시아가 있다. 그리고 서로의 퀘렌시아를 인정해야 한다.

각자의 퀘렌시아는 의외의 장소의외의 시간일상을 벗어난 듯한 의외의 일처럼 보일 수도 있다.

또 퀘렌시아로 피하려는 소와 그곳으로 가지 못하도록 막는 투우사의 방해처럼

영적인 힘을 모아야 하는 곳 이라면, 영적으로 방해하는 일도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정한 퀘렌시아 중에는 

'때로는 부끄럽고, 연약하고 마음 상한 그대로의 자신을 하나님 앞에 세울 수 있는 곳.'도 있어야 한다.

날마다 온전함으로 정돈되고다시 조율되어 소생되고 회복되는.

삶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2017.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