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성숙함
가마 위의 대감표정은 돌로 깎아놓은 듯 아무런 표정도 읽을 수가 없다.
다만 꼭 다문 입술과 이마 위에 얹은 손끝만 의식 없이 움직이는 것으로 보아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인가 결심한 듯 가마 위의 대감은 자세를 바로 잡고 가마꾼을 향해 소리친다.
"길을 돌려라!"
TV 역사 드라마을 무심히 보고 있다가 이 장면을 보고 갑자기 황당함을 느꼈다.
"가마를 돌려라!" 하지 않고 길을 돌리라고 한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자신을 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보다 더한 자기중심적 언어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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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전 배부르면 종 배고픈 줄 모른다'는 속담처럼.
우리의 자기중심적이 언어, 배려심 없는 언어로 상처 입은 이웃들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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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5년 영국에서 처음으로 영어 사전 을 만들어 영문학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였다는
새뮤얼 존슨 (Samuel Johnson 1709~1784 .영국의 시인·평론가)은 '언어는 사상의 옷'이라고 했다
사용하는 언어 속에서 그 사람의 생각과 세계관을 엿볼 수 있고,
어쩌면 사람의 됨됨이, 인격을 드러나게 하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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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가 어릴 때 습관처럼 사용했던 말이 있어 엄마에게 혼난적이 있었다.
무엇인가 잘못하면 앞뒤 가릴 것 없이 아무런 관계도 없음에도
"엄마 땜에 ..."
잘못된 것은 모두 타인에게 돌리고
잘 된 것은 모두 내가 했다고 하는 지극히 어린애 다운 습관일 수 있다.
하지만 조금 성숙해 지면
"누구 때문에..."라는 말은 줄어든다.
조금 더 성숙해 지면 잘한 결과물을 보고 "내가.." 라는 표현보다
"우리가.." 라는 표현으로 바뀌게 된다.
더 성숙해 지면 이 모든 것을 "하나님께서 이루어 주셨다"고 표현하게 되겠지요.
성령의 충만함이 우리에게 있다면
우리의 언어 뿐 아니라 우리의 삶이 예수의 증인된 삶이 될 것이라 했는데,
나는 아직 언어에서조차 미성숙함이 여전합니다.
바른말, 칭찬과 격려, 위로의 말, 힘이 되는 말, 사람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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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사람이 무슨 무익한 말을 하든지 심판날에 이에 대하여 심문을 받으리니
네 말로 의롭다 함을 받고 네 말로 정죄함을 받으리라 (마12:36~37).
사람은 그 입의 대답으로 말미암아 기쁨을 얻나니 때에 맞은 말이 얼마나 아름다운고 (잠15:23)
경우에 합당한 말은 아로새긴 은쟁반에 금 사과니라(잠25:11)
무릇 더러운 말은 너희 입 밖에도 내지 말고 오직 덕을 세우는데 소용되는 대로 선한 말을 하여
듣는 자들에게 은혜를 끼치게 하라(엡4:29)’
♣ 2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