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길 /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이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이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

 

책장을 정리하다 내가 좋아했던 시인의 시집을 뒤적인다.

 

'한 때 이런 시를 외우고 읊었던 때가 있었는데...'하는 생각과 함께

시인은 이 단어가 제 자리에 앉기까지

얼마나 유사한 단어를 대입해보며 여러 어조로 낭송을 해 봤을까

시간을 두고 또 읊어보고, 또 읊어보고 그리고

마침내 그 단어를 시귀의 그자리에 앉혔겠지 하는 생각도 했다.

 

♠ 2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