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심어주는 의사

 

어느 훗날 나는 흰 가운을 입고 내가 치료한 환자의 환한 웃음을 대하며 지금 쓰고자 하는 이 글을 떠올릴 것이다

아니면 녹색의 수술용 가운을 입고 장시간의 어려운 수술을 막 마치고 지친 몸으로 수술실 문을 나서는 그 시각,

나는 지금 이 글을 떠올리며 새 힘을 얻게 될 것이다

 

나는 이 다음 의사가 되어 치료하는 꿈을 꾼다.

작년까지만 해도 나의 꿈은 의사와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캐릭터 디자이너 또는

'상업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

어릴 때부터 크레파스와 스케치북을 늘 가지고 다니며 그림을 그리고, 무엇인가 만드는 것을 무척 좋아 했었다

그러나 언젠가 나는 텔레비전으로 의사들이 심장이식수술을 하는 과정을 보게 된 후부터

나의 꿈은 조금씩 변하여 이제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구체적인 꿈을 갖게 된 것이다.

더 이상은 자신의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찾아온 심장병환자를 의사들은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자,

그 환자와 환자의 가족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애쓰고 있었다.

 

이식이 필요한 환자와 심장을 제공할 뇌사자의 가족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모습,

그리고 그들 사이의 여러 가지 의학적이고 심리적인 일들을 설명해 주고,

병원에서 수술일정 등을 중간에서 조정하는 '코디네이터그리고 수술을 하고 있는 의사들,

이들 모두가 한 인간의 생명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느꼈으며

이 보다 더 보람 있고 값진 일들이 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들의 모습은 내 가슴 속에 진하게 새겨지게 되었다

그 수술환자 역시 마취 상태에서 아무것도 느낄 수 없을 것 같은데도 그 표정은 의사에 대한 굳은 믿음이 있어 보였다

수술을 마친 후 환자는 병을 얻기 전처럼 생활 할 수 없었지만 웃을 수 있었고,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 한 의사도 조금씩 좋아지는 환자와 그의 가족 속에서 환자를 보며 웃고 있었다.

나는 그 프로그램을 본 후부터 의사가 되어야겠다는 꿈의 씨앗을 심고 정성껏 가꿔나가기로 했다.

 

이제 나는 누가 나에게 꿈이 뭐냐고 물으면 디자이너 대신의사라고 주저함 없이 대답하게 되었고,

의학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의사라는 직업이 멋지고 보람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조금은 알고 있다.

많은 환자들의 소중한 생명이 의사의 판단에 달려있으므로

의사라는 일은 끊임없이 연구하고 힘든 훈련과 많은 노력의 시간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또 다른 어떤 사람들의 일보다 인간의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고,

때로는 지금의 내 성격과 맞지 않을 것 같은 대담함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모든 것 들이 아무리 힘들다 할 지라도 나의 소중한 꿈을 이루기 위해 기꺼이 해 낼 것이다.

 

누가 무어라 했건 그런 소리에 귀를 기울일 건 없습니다. 꿈만 잃지 않으면 됩니다.

꿈을 잃지 않은 사람에게는 때가 묻지 않습니다. 힘껏 살아야 한다는 강력한 생명력도 갖추어져 있습니다

이것은 푸른 계절의 꿈을이라는 글의 일부이다

 

사람에게 때로는 처음 생각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흐려지고 변해가고 퇴색되어가지만 나는 나의 꿈이 그저 옛일로,

한 때의 생각으로 남기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 할 것이다.

 

먼 훗날 내가 의사가 되어 환자를 돌보고 있을 때

지금의 내 또래 아이들이 나의 모습을 보고 의사로서의 일이 세상의 어떤 일보다 보람된 일이며,

나도 그런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하는 의사,

병으로 잃게 된 꿈을 환자에게 치료를 통해 되찾아주는 의사,

환자와 그의 가족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멋진 의사가 되고 싶다.

 

훗날 정말로 내가 꿈꿔온 그런 의사가 되어 흰 가운을 입고 창 밖의 병원 뜰을 바라보며 이 글을 다시 떠올릴 것이다.

 

(2000)                        * 이 글은 김은혜가 중3때 학교에 제출한 과제물 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