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화도회군

 

아르바이트 중에서 학생들 과외교사 만한 일이 어디 있겠냐고 모두들 말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랍니다.

엄마성화에 어쩔 수 없이 과외 받는 학생을 가르치는 일은

한없는 교사의 인내력과 자제력 그리고 자기성찰을 필요로 합니다.

방학 한달 동안 이런 학생으로 인하여 세월이상으로 폭삭 늙었다고 하소연하는 친구도 있고,

폭력교사의 심정을 이해 할 수 있겠다는 친구도 있습니다.

 

공부하기 싫어하는 학생에게 2시간의 집중력은 고역이겠지요

자 이제 시작하자말이 끝나기 무섭게 선생님 5분만 더 있다가 시작해요

시작해서 20분만 지나면 선생님 한 5분만 쉬었다 해요"

또 조금 지나면 선생님 뭐 좀 마시고 해요"

남은 시간 진도를 위해 열을 올릴라치면 선생님 오늘 10분만 먼저 끝내줘요"

매번 이런 식이니 두들겨 팰 수도 없고,

성질 죽이자니 열 받은 속이 부글부글 끓어 뚜껑이 열리려 합니다.

 

“They 가 몇 인칭이라고 했지?"

인칭 대명사에 대한 개념이 없는 학생은 뭔가 고민 고민한 후에 “4인칭인가?”

너 몇 번이나 얘기 해줘야 알겠어, 1인칭, 2인칭 3인칭 기억이 안 나?”내 성질에 버럭 화를 내면,

아 생각 났다는 듯이 그럼 7인칭인가?" 이 천연덕스러움은 과외 선생을 세월이상으로 늙게 합니다.

 

하지만 이 정도는 비교할 수 없는,

그래서 한바터번 폭력교사의 누명을 치를 뻔 했던 사건이 있었으니

그 사건의 이름을 '위화도 해군(위화도회군이 아님)'사건이라고 하지요

 

1388년 요동정벌을 위해 떠난 우군도통사 이성계는 왕의 명을 어기고 4가지 구실을 내세워

압록강 하류 위화도에서 말머리를 개경으로 돌린 사건.

이 사건을 역사 책에는 '위화도회군'이라고 합니다

 

하루는 복습 겸 쪽지시험을 보게 되었는데 문제의 정답은 '위화도 회군'이었지요.

그러나 어쩌랴 이 학생의 답은 위화도해군이라고 씌어있었으니.

유성아! 선생님이 몇 번이나 애기했어! 지난번에도 해군이 아니라고 했잖아!”

유성이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기억을 더듬는 듯한 몽롱한 눈길 뒤에 나온 답은 나를 까무러치게 했습니다.

그럼 육군?” 이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나도 모르게 뛰어나온 말이

너 엎드려 뻗쳐!"

 

그 날 한바 터번 폭력 과외교사의 낙인을 찍을 뻔 했습니다.

위화도 공군?”이라 하지 않았으니 희망이 있다고 해야겠지요.

 

과외교사 그것 만만한 아르바이트 아닙니다.

 

과외교사 여러분 설령위화도공군이라고 답하는 학생을 맡았다 하드라도

절대로 성질대로 폭력은 안됩니다.

 

* 2006 / EUNHYE